[시문학 해설] 주요한│빗소리

Posted by TGT_Castiel
2015. 4. 6. 23:28 스터디 그룹/시문학 해설


[읽기 전에]


   이 시는《폐허이후》(1923.2)에 발표되었던 주요한의 대표작으로 고요하고 은근하고 기쁜 비의 서정을 드러내고 있다. 단조로운 서정에 경쾌한 리듬을 중시하면서도 시각을 통한 영상 수법을 사용한 시이다. 특히 청각적 심상의 영상화에 주목하자.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같고

별에서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작품 해설]


   이 시는 그 이전의 시들에 비해 뚜렷한 두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한문을 배제하고 될 수 있는 한 순수 우리말로 시를 쓰려는 경향이며, 둘째는 신체시 등에 나타났던 계몽적·윤리적 경향을 배제하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두 경향은 다음과 같은 말 속에서 드러난다. 


   '그 무렵만 해도 우리나라 문학이란 것은 ① 순전히 한문 문막이라 할 정도의 것과 ② 국문으로는 이인직의 소설 정도가 있었을 뿐인데, 대체로 윤리적인 목적의식에 얽매인 것들이었다. 육당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만 해도 그런 범주에서 별로 못 벗어난 것들이었다. 나는 그것을 벗어나서 ① 한문의 영향을 뿌리치고 우리말의 시를 하자 ② 윤리적·교육적 목적 없이 순수한 예술이란 걸 담아보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이 시는 비오는 모습을 제재로 하여 고요하고 은근한 개인적 서정을 노래하고 있다. 시상은 단조로우나 기승전결의 전개 방식을 따르고 있다. 1연(기)에서는 고요히 내리는 비의 모습이 시각적 심상을 바탕으로 제시되어 있고, 2연(승)에서는 봄의 정경과 비의 모습이 '달', '별', '바람' 등의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 3연(전)에서는 다시 봄비 내리는 정경이 '다정한 손님'의 이미지로 제시된다. 여기에서 서정적 자아의 감정이 은연중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4연(결)에서는 서정적 자아의 주관적인 심정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구체적으로 서정적 자아는 빗소리를 '기쁜 소식'으로 여기는데, 그러한 서정적 자아의 느낌은 '남모를' 개인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