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문학 해설] 이병기│난초

Posted by TGT_Castiel
2015. 4. 10. 10:01 스터디 그룹/시문학 해설



[읽기 전에]


   이 시는《문장》3호(1939.4)에 발표되었던 작품으로, 난초의 고결한 외모와 세속을 초탈한 본성을 예찬하고 있는 4편 7수의 연작시조이다. 특히 의인화를 통하여 난초와 시적 화자가 동일화되는 경지와 이러한 동일화를 통해 지향하는 바에 대해서 주목하도록 하자.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래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 하여,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




[작품 해설]


   이 시조는 난초의 청아한 모양과 고결한 품성을 예찬한 작품으로, 의인화 수법을 통해 난초와 독자가 동되는 경지에까지 유도된다.


   첫째 수에서는 사실적이고 회화적인 표현으로, 난초의 청초한 외모를 묘사하고 있다. 그것은 '자줏빛 대공 / 하얀한 꽃'과 같은 표현에서 보듯, 대조법으로 시각적인 미를 강조하는 데서도 나타난다. 그런데 첫째 수의 이런 표현은 둘째 수의 의미 내용 제시를 위한 예비작업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수에서는 의인법, 감정이입적 표현을 통해 난초의 내면적 본성을 고고한 심성으로 나타내고 있다. 특히 동일한 의미 내용을 초장에서는 직설적으로 표현했다가 종장에서는 상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의미를 강조하면서도 표현의 다양성을 꾀한다.


   시적 화자는 난초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예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난초의 고결한 모양과 세속을 초탈한 본성을 예찬함으로써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고결한 삶의 자세를 일깨워준다.


   이것은 고결하게 살고자 하는 시인의 소망을 표현하는 동시에, 현대 문명 사회에서 방황하고 있는 현대인에게 삶의 자세를 시사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