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문학 해설] 김소월│풀따기

Posted by TGT_Castiel
2015. 4. 7. 01:21 스터디 그룹/시문학 해설



[읽기 전에]


   이 시는《동아일보》(1921.4.9)에 발표되었던 작품으로, 그리운 임을 생각하는 화자의 심정이 '풀따기'라는 행위와 리듬을 통해 잘 드러나 있다. 따라서 '풀따기'라는 비유가 드러내는 의미와 리듬 의식에 주목하자.





우리집 뒷산에는 풀이 푸르고

숲 사이의 시냇물, 모래 바닥은

파아란 풀그림자, 떠서 흘러요.



그리운 우리님은 어디 계신고.

날마다 피어나는 우리님 생각.

날마다 뒷산에 홀로 앉아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



흘러가는 시내의 물에 흘러서

내어던진 풀잎은 엷게 떠갈 제

물살이 해적해적 품을 헤쳐요.



그리운 우리님은 어디 계신고.

가엾은 이 내 속을 둘 곳이 없어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지고

흘러가는 잎이나 말해 보아요.




[작품 해설]


   김소월의 시는 전반적으로 임과의 사랑과 이별, 그리움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로 인한 슬픔과 한을 노래하면서도 동시에 그러한 것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다. 총 4연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 또한 이와 같은 김소월 시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먼저 1연에서 시적 화자는 우리집 뒷산의 푸르른 풀과 풀그림자 떠서 흐르는 숲 사이의 시냇물을 통해 계절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을 제시한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배경 제시는 단순히 배경 제시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시적 화자를 둘러싼 외부적인 모든 것들이 푸르른 풀과 같음을 말해 주며, 동시에 '뒷산'에서의 '뒤'가 은밀히 드러내듯 시적 화자의 속마음 또한 온통 푸르름을 말해 준다. 그렇다면 이 시에서의 '푸르름'은 무엇을 나타내는가?


   2연에서 우리는 이 시에서의 '푸르름'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다름아닌 '우리님 생각'이다. 시적 화자는 '피어나는'이라는 시어를 통해 푸르른 싹이 피어나는 것과 시적 화자의 임에 대한 간절한 생각이 피어나는 것을 동일하게 여긴다. 따라서 '날마다 풀을 따서 물에 던져요'라는 시행은 임에 대한 생각이 영원함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3연은 시적 화자의 속마음이 갈등을 겪고 있음을 알려준다. 즉, 시적 화자가 내어 던진 풀잎이 강물에 따서 흘러갈 제, '물살이 해적해적 품을 헤쳐요'라는 시행에서 알 수 있듯이 '물살'이 풀잎의 떠감을 저지한다. 이는 곧 임에 대한 시적 화자의 마음이 순조롭지 못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시적 화자 자신의 내면적 갈등을 의미한다.


   이 때 시적 화자의 갈등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아마도 그것은 현재 시적 화자 곁에 존재하지 않는 임에 대한 일종의 원망일 것이다. 그래서 시적 화자는 '그리운 우리님은 어디 계신고'하고 스스로에게 묻고, 시적 화자 자신을 가엾게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시적 화자는 결코 임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적 화자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강하게 지니며, 자기 자신을 더욱 가다듬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시의 구조는 기승전결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