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문학 해설] 김소월│가는 길

Posted by TGT_Castiel
2015. 4. 8. 03:56 스터디 그룹/시문학 해설



[읽기 전에]


   이 시는《개벽》(1923.10)에 발표된 작품으로, 그리운 사람을 만나서 그립다 말하고 싶은 충동과 그 충동을 억제하려는 심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화자의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이 아주 흔한 제재를 다루면서도 독자에게 독특한 시적인 감동을 주는 이유에 대해서 주목하도록 하자.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西山)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작품 해설]


   총 4연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는 의미 구조의 측면에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즉 시적 화자의 심정을 서술하는 1연과 2연, 그리고 자연 배경을 제시하는 3연과 4연으로 구분된다.


   전반부에는 '말을 할까' 아니면 '그냥 갈까'하는 갈등 속에서 망설이는 시적 화자의 심정이 드러나 있다. 이 망설임은 3음보에서 하나의 음보가 하나의 시행을 이루면서 나타나는 길고 느린 호흡을 통해 적절하게 표현된다. 또 1연의 '말을 할까/하니'에서 '하니'를 다음 시행에 걸쳐 표현한 것은 행 구분에 의해 강제로 끊어진 두 어절 사이에 시간적인 휴지(休止)를 만들어내 심리적 거리를 갖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앞 행의 의미에서 드러난 시적 화자의 정서가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된다. 즉 '말을 할까'와 '하니 그리워' 사이에 생긴 휴지 때문에 시간적 거리가 생기고 그 결과 '말을 할까'의 의미는 오래 지속된다. '말을 할까'에 담겨진 시적 화자의 주저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한편 후반부에서는 시적 화자를 서두르게 하는 자연 배경이 나타나 있다. 들에 까마귀가 해 진다고 지저귀는 것, 앞강물은 따라 오라고 뒷강물은 따라 가자고 하는 것은 단순하게 자연 배경을 제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시적 화자의 심정과 관련된다.


   지저귀는 까마귀와 흘러가는 물은 시간의 촉급함을 암시하는데, 이러한 시간의 촉급함은 1연과 2연의 느린 호흡과는 달리 3연과 4연에 나타난 빠른 호흡 속에서 잘 표현되고 있다. 이것은 전반부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내면적 심리를 외부의 자연을 배경으로 외면화하여 보여준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전반부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망설임과 후반부에 나타난 자연 배경이 촉급하게 서두르는 모습은 일견 서로 대조되는 듯하면서도 서로의 의미를 강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즉 1연과 2연의 망설임 때문에 3연과 4연의 서두름이 두드러지게 느껴지고, 3연과 4연의 서두름 때문에 1연과 2연에 나타난 망설임의 의미가 강조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