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문학 해설] 한용운│이별은 미의 창조
[읽기 전에]
이 시는《님의 침묵》에 실려 있는 것으로, 그 주제는 이별의 예찬이다. 따라서 이 시의 감상에 있어 가장 주의할 점은 바로 이 작품에서 미와 이별이 어떻게 동일화되어 '이별'에 형이상학적·철학적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별은 미(美)의 창조(創造)입니다.
이별의 미(美)는 아침의 바탕〔箕〕없는 황금(黃金)과 밤의 올〔絲〕없는 검은 비단과 죽음 없는 영원(永遠)의 생명(生命)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
님이여, 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미(美)는 이별의 창조(創造)입니다.
[작품 해설]
<님의 침묵>에서 잘 드러나는 바와 같이 한용운의 시적 주제는 임에 대한 이별의 아픔과 슬픔을 형이상학적·철학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이 시의 주제도 마찬가지인데, '이별은 미의 창조입니다'라는 시행이 바로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본래 '이별'은 떠나감, 없어짐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는데, 시적 화자는 여기에서 긍정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리하여 '이별은 미의 창조'라는 구절에서 드러나듯, 시적 화자는 자신과 임과의 단절을 극복하고 있다. 이는 임의 존재가 이별을 통해 발견되는 데에 연유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별은 그 어느 곳에도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 시의 마지막은 '미는 이별의 창조입니다'라는 역설적 태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역설적 태도는 유한적인 시적 화자가 영원한 존재인 '님'에 대해 다함 없는 영원한 사랑을 보내고 있음을 말한다. 그만큼 시적 화자는 더 이상 '이별'을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지 않는다. 달리 말해 시적 화자는 이별의 눈물을 미학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역설'은 만해 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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